短: 조각

[短想] 좋은 조직은 어떤 조직인가? (2)

매번 꺾이는 마음 2023. 3. 1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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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좋은 조직의 조건으로 교육적 맥락이 존재하는 조직을 꼽았다. 구성원 개인의 합이 조직이 되므로 개인에게 성장을 제공하지 못하는 조직은 필연적으로 도태된다. 값을 잘 쳐줘야 현상유지인데, 이 또한 조직 내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고 있을 확률이 크다. 좋은 조직의 또 다른 조건은 좋은 리더가 있는 조직이다.

 

한창 리더 열풍이 불며 리더십이 삶의 중요한 속성으로 강조되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예외는 아니라, 마치 모두를 리더로 만드려는 듯한 상황을 보며 '아니, 모두가 리더가 되면 누가 팔로어를 하지?' 싶었다. 그럼에도 좋은 리더와 리더십을 우선적으로 꼽는 것은 그만큼 조직 내 리더의 역할이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스포츠 팀에서도 리더가 바뀌어 성적이 추락하거나 급상승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좋은 리더에도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좋은 리더이기 위한 조건에는 공통적인 사항이 있다.

 

첫째, 매니지먼트에 능해야 한다. 리더는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관점에서 매니지먼트의 중요성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당면한 문제와 다가올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현 조직의 기능과 역할을 통찰하고 조직 구성원의 역량과 가능성을 온전히 이해해야 한다. 의사가 병의 기전을 먼저 생각하고 소방관이 발화지점을 먼저 찾아 화재를 진화하듯 리더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매니지먼트이다. 리더는 조직의 문제가 규칙에 있는지 구성원 간의 관계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조직에 당장 필요한 구성원이 요리사인지 군인인지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지향점 제시, 구성원 교육, 동기부여, 등 리더는 다양한 영역을 앞서 관리해야 한다.

 

둘째, 책임져야 한다. 책임만 잘 져도 중간은 간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는 조직의 팔로어십을 무너뜨린다. 침몰하는 배와 함께 수장되는 선장의 비장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같이 탈출하더라도 저 배의 침몰이 내 책임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우리는 리더라고 부른다. 책임지지 않는 리더가 조직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내라거나 어떠한 일을 더 발전적으로 수행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기꺼이 그러한 자리에 나서고 싶겠는가? 잘 되면 그러한 자리를 만들어낸 자신의 공, 안 되면 그러한 일을 수행한 구성원의 패착으로 돌리지 않겠는가? 타오르는 불꽃에 손을 굽지 않는 것은 그것이 뜨겁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셋째, 상과 벌이 명확해야 한다. 흔히 신상필벌이라고 부르며 앞서 다룬 매니지먼트에 포함되는 영역이기도 하다. 굳이 따지면 '1-1'정도에 해당하는 것을 꺼내둔 이유는, 신상필벌이 조직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기본에 속하는 행동주의적 작동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상과 벌이 있는 곳, 명확하지 않는 곳, 없는 곳으로 나누어 이야기할 수 있다. 상과 벌이 명확하지 않거나 없는 경우 리더는 자발적이지 않은 구성원을 리드하기 어렵다. 잘해도 상이 없고 못해도 벌이 없다. 잘할 이유도 없고 못하는 것을 굳이 경계할 이유도 없다. 그렇기에 리더는 상벌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그 체계를 확립해야 하며 구성원에게 정신적이거나 물질적인 보상과 처벌을 제공해야 한다. 

 

현실은 녹록치 않아 세 가지가 동시에 충족되기는 어렵다. 조직이 돌아가는 모양 수도 없이 다양하다. 어떠한 조직은 출중한 리더에 의해 일당백을 하는 반면 어떠한 조직은 출중한 팔로어(실질적 리더)가 일당 백만원치의 일을 해가며 리더(자리에 있는 자)를 떠받친다. 리더가 제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대다수의 사람이 끝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하는 일을 찾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리더라고 자신이 리드하고 싶어서 저 자리에 있겠는가? 싶다. 뭐, 왕관을 쓴 자는 그 무게를 견뎌야 하지만 강제로 왕관이 씌워지더라도 무게를 견뎌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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