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은 인상 깊은 구절을 담기 쉬우나 책장 넘기는 재미가 없어 읽는 맛이 덜하고, 종이책은 읽는 맛은 있으나 인상 깊은 구절을 담거나 정리하기가 어렵다. 이론이 아니라 삶이 담긴 에세이 종류의 책을 읽을 때 종이책을 선호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떤 양형 이유』는 종잇장을 넘기며 전자책의 간편한 구절 수집을 그리워하게 한다. 책은 판사의 입장에서 본 법정의 이야기와 함께 법과 정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본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냈다. 수많은 정의론을 접했고 그것이 모두 본인 속에 있지만, 아직도 자신은 법과 정의에 무지하다며 판결의 난해함을 말하는 까닭에 납득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책의 끝에서 저자는 "정의할 수 없는 모든 개념의 종착점은 사랑이어야 한다"라며 법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