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 조각

[短想] 과정을 견디는 끈기, 실천

매번 꺾이는 마음 2023. 3. 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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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iUswcVcijqA 中

실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꾸준한 실천은 결코 쉽지 않아서 수많은 사람들을 좌절하게 한다. 

 

인류 중 제일가는 어류인 마이클 펠프스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르고 수영만 했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칭 하느냐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피겨여왕 김연아는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답한다. 정점에 섰던 이들의 비결이 '그냥 하는 것'이었다면 굳이 정점을 노리지 않더라도 그냥 실천하는 것은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천은 정확히 내게 부족한 자질이다. 인간이 손익에 대해 번개보다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린다는 말처럼 어떻게든 적은 노력으로 많은 효과를 보려고 애썼던 기억이 적지 않다.

 

과정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을 접해 왔다. 돈까스를 좋아하며 '여러분 왕 사랑'을 남발하는 랑또 작가의 웹툰『가담항설』중에는 '네가 지금 어둡다고 느끼는 것은 네가 과정에 있기 때문이란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어디서 보았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힘들어서 회사를 퇴사하고 싶을 때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때문에 힘든 것인지 마땅히 겪어야 할 과정을 겪고 있어서 힘든 것인지 생각해 보라는 이야기도 있다. 바꾸어 생각하면 과정을 견디는 어두운 느낌을 몰아내는 것은 끈기 있는 실천의 빛이라는 말이다. 겪어야 할 과정을 겪지 않고 어느 지점에 도달하려는 것은 그냥 도둑놈 심보다.

 

좀도둑일 때 그만 미루고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야 한다는 조바심이 든다. 생각의 허공에 아무리 멋진 누각을 지어봐야 아무 쓸모가 없다. 누각 위의 나는 이미 운전도 잘하고 엑셀도 잘하고 노션도 척척 다루고 어려운 책도 척척 읽어내며 업무 전문성도 Max다. 생각만 앞서는 것은 기질적으로 어쩌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만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는 찾아드는 생각에 '걱정'이라는 라벨링을 하지 않는 이상 알아챌 수 없기 때문이다. 내게 생각이 많다면 그 생각에 대해 '지금 실천하는 것을 생각이 막고 있어'라고 라벨링해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꾸준한 실천은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으뜸가는 재능이다. 누군가는 실천을 위한 라벨링을 하고 실천에 대한 타당성을 직조하기 위해 끙끙댈 무렵 다른 누군가는 실천을 위한 라벨링을 따로 하지 않아도 이미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과정을 견디는 끈기를 끈기라고 인식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 부럽게 느껴지는 주말이다.

 

 

P. S. '좋아하는 일'의 위력은 그런 곳에 있는 것 같다. 어떠한 일에서 경지에 이르기 위해 마땅히 겪어야 할 과정을 단순히 좋아한다는 이유로 큰 고통 없이 지나가게 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좋아하는(好) 길(路)을 스스로(自) 알아야(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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