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 조각

#뒤집기 - 떨어지는 물방울은 돌을 뚫는다?

매번 꺾이는 마음 2023. 3. 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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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교육학 전공이어서 그런지, 교육이나 사고력에 대해 궁리하는 일이 잦다. 교육적 측면에서는 질문이 중요하다고 하고 좋은 질문을 위해 사고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학교교육 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교육'의 이미지가 사고력을 기르기에 좋으냐고 질문받게 된다면 나는 아직도 얼른 대답하기가 어렵다.

 

수업 실행의 관점에서는 깊지 않은 고민이 넓게 계속되었다. 건축과 공간디자인에 관한 글을 볼 때면 '학교공간의 환경 변화를 통해 사고력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요리에 관한 글을 볼 때면 '조리 과정과 다이닝을 통해 가정과와 미술과를 융합하고 공통의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정도였다.

 

아이디어만 많고 구체화는 약한 까닭에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사고력 기르기는 무엇이 있나 싶었다. 결론은 식상하지만 정해진 것을 다양한 측면에서 딱 한 번만 뒤집어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길러지는 것이 사고력이든 기발함이든 우리는 신선함과 재미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 의견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즐거움이 삶의 풍요를 구성한다.

 

 

#뒤집기

 

가장 최근에 뒤집어 본 것은 수적석천(水滴石穿)이다. DRX의 기적적인 롤챔스 우승에서 비롯된 '꺾이지 않는 마음'과도 은근히 맞닿아 있다. 이는 꾸준히 무언가를 시도하면 결국 해낼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잦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제자에게 송곳으로 뚫은 구멍이 쉽게 막히는 것을 빗댄 적이 있다. 학문에 우둔하더라도 꾸준히 갈고 닦아서 뚫어낸 구멍은 쉽게 막히지 않으리라는 이야기이다.

 

메시지는 뚜렷하다. 꾸준하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떨어지는 물방울'을 '나쁜 습관'으로 두고 '돌'을 '건강'으로 두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아무리 건강한 몸이라도 나쁜 습관이 지속되면 망가지기 마련이다. 긍정적인 속담을 굳이 부정적인 의미로 치환할 것은 없다.

 

다만 한 번 뒤집어 보는 것은 당연하다 여겼던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가 자신이 수학에 빠르다고 이야기하면 우리는 정답을 도출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들을 확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의심할 이유는 없겠지만 가끔 의심하는 것은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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