短: 조각

[短想] 좋은 조직은 어떤 조직인가? (1)

매번 꺾이는 마음 2023. 3. 1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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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좋든 싫든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개인의 취약함을 모르지 않기에 다수의 사람은 기꺼이 조직이나 단체에 소속되는 것을 우선한다. 집단이나 공동체 등 다양한 말을 두고 굳이 '조직'을 고른 이유는 개인이 소속될 수 있는 가장 작은 집단을 표현한다고 여겨져서이다. 가까운 영어로 '팀'정도가 있겠다. 그렇다면 좋은 팀은 어떠한 팀인가? 좋은 조직은 어떤 조직인가?

 

누가 뭐래도 좋은 조직의 가장 큰 조건은 교육적 맥락이 작동하는 조직일 것이다. 이는 내가 교육과 가까이 살아서가 아니다. 교육에 형식과 비형식이 있고 그 과정에서 무형식학습이 이루어진다면 조직은 세 가지 형태를 모두 활용하여 구성원 개인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선임자와 경력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교육적 맥락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진짜 많은데, 세 개만 골랐다.

 

첫째, 조직이 교육의 의미와 쓸모를 이해하지 못하여 교육시간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경우, 누구에게도 구성원 재교육의 의무가 없다. 실로 조직의 설계 단계부터 잘못 설계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일은 늘고 리턴이 없는데 어떤 경력자가 구성원 교육을 자처하겠나. 혹시 이러한 조직 내에서 자발적으로 나서 교육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반드시 적극적으로 붙잡고 활용하기를 바란다. 그처럼 헌신적인 사람은 함께 치킨을 시켜도 닭다리 두 개를 모두 내게 먹으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둘째, 선임자가 구성원 교육에 비협조적인 경우, 후임자는 조직 내에서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 형태는 다양하다. 경험해보는 것이 최고라며 한 발짝 물러나는 이는 자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할 생각이 없다. 인수인계서로만 찾아내기 어려운 일의 맥락은 허공을 떠돈다. 신입의 일처리에 존중이라는 미명을 덧씌워 방관하다가 뒤늦게 책망의 말을 보태는 경우도 있다. 후임이 더 빨리 올라설 것 같으니 고의로 공유를 않는 경우도 있다. 이해는 하지만 아쉽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랬는데 말이다.

 

셋째, 후임자가 학습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 조직에 좋은 교육적 여건이 갖추어져 있고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선임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교육은 불가능하다. 월급이 어쩌고 자본주의의 폐해가 어쩌고를 지나, 받는 만큼만 일하고 자시고를 떠나, 개선과 발전의 의지가 없으면 답이 없다. 소를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은 소가 먹어야 한다. '자, 이것이 산꼭대기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개울물이란다!'라고 역설한들 '음머?'하는 투명한 눈동자를 마주하면 삶은 소대가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오르지 않겠는가.

 

위의 세 가지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본인만 열심히 하신다면 힘 빠질 일은 적을 테니 말이다.

아, 위의 세 가지 중 어느 하나 또는 전부에 해당된다고 해도 본인이 열심히 하는 게 전부이기는 하다.

노력을 다한 후에 운명을 기다려야 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 노력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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