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인민공화국 최고의 항공사인 중국동방항공을 타고 영국 최고의 레스토랑인 Spur restaurant에서 식사하는 여행이라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호기롭게 메뉴판을 펼쳤고 런던Top의 탈옥수가 확실히 굶어 죽을 것임을 다시 확인했다. 길게 구워진 양고기 스테이크와 조금 매콤한 잡곡밥에 샐러드용 채소와 그것을 싸먹을 수 있는 난이 함께 나왔다. 먹으며 토트넘 투어의 정보를 확인하니 30분 간격으로 진행되며 런던패스가 있으면 빠른 투어 시간대에 바로 입장한다고 한다. 마침 열두 시가 조금 넘었기에 12시 30분에는 입장해야지 싶어 걸음을 조금 서둘렀다.
들어가자마자 기념품샵이 있고 손흥민의 유니폼이 눈길을 끌었다. 어느 후기에서 나오면서도 다시 구경할 수 있다기에 우선 투어 장소로 향했다. 투어는 놀이공원 입장처럼 손목에 주황 띠를 두르며 오디오 가이드를 함께 쥐어준다. 당연히 한국어 옵션이 있다. 투어 출발부터 토트넘의 트로피를 소개하는 곳까지는 토트넘 가이드와 동행하고, 이후에는 정해진 순서대로 자유관람이다. 첫 코스는 구장의 가장 높은 관중석으로 올라가서 내려다보는 것이다. 신축에다 6~7만여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크고 웅장했다.
아아 여기가 영국의 콜로세움입니까?라고 감탄하며 잔디 관리하는 모습을 잠시 구경했다. 관중석에도 잠시 앉아 보며 실제 관람을 상상했다. 쏘니의 힘인지 간간이 한국어가 들렸고 토트넘의 모든 안내자들이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매우 정중하고 친절하게 대했다. 그러니까 여기 오면 나도 남작이 될 수 있다. 순서대로 경기가 있을 때 홈팀과 어웨이 팀이 사용하는 각 방과 식당 등을 둘러보고 선수들이 입장하는 경로를 따라 실제 필드 앞까지 나가볼 수 있었다. 파리 생제르맹의 경기나 토트넘 핫스퍼의 경기를 찾아 예매해볼까 잠시 고민했으나 여건상 포기했는데, 막상 경기장을 보니 아쉬웠다.
버스타고 런던 시내로 돌아오니 오후 3시가 가까웠다. 가까운 곳에 버킹엄 궁이 있어 갔더니 궁 내부는 런던패스로 입장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따로 줄을 서서 표를 사자니 시간이 애매했다. 다만 궁전 가는 길에 영국 전통 복식과 차림을 한 것 같은 노신사와 가족들을 보았는데 누가 보아도 왕족인가? 싶은 정도였다. 딱히 효율을 생각하거나 계획하지 않고 다녀서인지 아쉬운 부분들도 있지만 이처럼 중간중간 귀한 구경을 해도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음은 흡족하다. 바로 근처의 'Queens Gallery'로 걸음을 돌렸다.
요약하면 영국의 여왕과 왕실의 복식이나 패션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는 박물관이었다. 왕실과 왕족 중심의 어떤 '문화'가 이처럼 세부적으로 나뉘어 도심 깊이 기념, 전시되고 있는 모습은 생경하다. 기념품 샵도 왕실에 관련된 것이니만큼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왕실의 요리법이 담긴 책과 같이 흥미로운 것들도 있었으나 화려한 식기와 한정판 자기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외한인 내게는 다소 버거운 전시이기도 했으나, 패션이나 복식에 관한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다. 다만 그 화려함에 넋을 놓고 관람했을 뿐이다. 갤러리 근처에도 로얄 뭐시기가 있다고 들었다.
그 때, 가성비를 향한 내 안의 사랑이 또 꿈틀대기 시작했다. 런던패스는 시내 투어버스 1일권과 우버보트 1일권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런 흐름의 일정에서는 시내 투어버스를 따로 탈 만한 여건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런던 여행은 말 그대로 그때그때 해내 가고 있는 셈이었다. 갤러리 관람을 마치고 바로 앞의 정류장에서 투어버스를 탔다. 정류장 이름도 버킹엄 궁전이었다. hop-on-hop bus와 Big bus 두 개의 투어가 런던패스에 해당되는데 대강 빨리 오는 것으로 잡아탔다. 천장이 트인 버스로 런던 시내를 돌아보며 2시간 남짓 남은 버스 운영시간을 가득 채울 생각이었다.
아침의 똥침만 제외한다면 선선하고 여유로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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