探: 여행

[EU레카]런던 5일차 3 (23.08.19)

매번 꺾이는 마음 2023. 10. 2.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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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팅엄 시내에는 자그마한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에릭은 그 곳에 대해 도시 한가운데에 바다가 있다고 표현했다. 에리얼조차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데 내가 이해할 리 만무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여러 행사장 중 한 곳에 정말 바다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물놀이장이 있었다. 단순한 풀장이 아니라 절반이 물, 절반이 모래인데 모래를 파면 그 파인 곳에서 물이 차오른다. 에릭의 말대로 그건 그냥 파도 없는 바다와 같았다. 꼬맹이들이 신나서 멱을 감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것저것 구경하는 데 정신이 팔려 사진을 찍어두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쉽다.

 

마르코 폴로가 존경스럽다. 처음 조선 왔을 때 정신 꽤나 많이 팔렸을텐데 용케 정신차리고 동방견문록을 쓰다니. 이리저리 둘러보며 감탄하던 중 에리얼이 내게 회전그네를 타 보겠느냐 물었다. 

 

노팅엄의 회전그네, 도심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다

 

하도 옛날이라 화질구지가 펄럭인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먼 옛날 어린이대공원 파도그네로 쉬지 않고 단련한 바, 냉큼 제안을 수락했다. 좌석은 2인용이었다. 짐을 모두 밑에 두고 올라가야 했다. 회전그네를 타는 것보다 타는 동안 짐에 문제가 생길까 싶어 잠시 쫄깃했다. 일행이 없었다면 아마 타지 못했을 것이다.

 

흔히 느끼는 놀이기구들의 잠금장치가 그렇듯, 이 그네의 잠금장치도 뭔가 부실하게 느껴졌다. 그냥 철로 된 안전바를 내려 딸깍 끼우는 게 전부다. 철봉에 쿠션이 한번 더 감아져 있는 바이킹의 안전바가 아니고 말 그대로 깡철이다. 못 미더운 마음으로 의자에 안전바를 내려 끼웠는데 확인차 위로 당기니 그대로 안전바가 빠진다.  ...???  내가 뭔가 놓쳤나 싶어 다시 안전바를 내렸다 들었는데 다시 안전바가 빠진다. 앞앞자리에서 천진하게 웃고 있는 에리얼과 에릭을 구하러 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중 운영요원이 다가와 안전바를 내리니 어디선가 딸깍 소리가 난다.

 

앵글로색슨족에만 반응하는 인종차별적 안전바는 아닐테니, 다소 헐겁게 느껴졌지만 그냥 타기로 했다. 다리 사이로 의자에 끼워지는 형태의 안전바는 아니었으나, 그런 형태는 유사시 내게 뜻밖의 중성화수술을 제공할 위험이 있다. 네모 모양의 안전바를 잘 잡고 타기로 마음먹었지만 역방향으로 돌아가면 한순간에 엿이 되는 건 아닐까 약간 염려스러웠다. 그러나 에리얼과 에릭이 괜찮아 보여서 대강 마음이 놓였다. 다만 운행이 시작되고 고도가 점점 올라가자 내 앞자리에 앉은 꼬마가 몸을 떨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탔던 파도그네의 고도가 상당히 높게 느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만 했다.

 

꼬마가 바지에 실례하지 않기를 바라며 회전그네에서 노팅엄 시내를 둘러보았다. 내가 조금만 더 깡다구(?)가 있었다면 핸드폰을 갖고 타서 내 시선과 비슷하게 촬영했어도 멋진 그림이 나왔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고도가 낮고 한적한 인상을 주었다. 걱정과 달리 역방향으로는 운행하지 않았다. 역방향으로 운행했더라면 꼬마보다 내가 먼저 실례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놀거리들이 상설로 운영되는 것 같지는 않다. 오일장과 비슷하게 기간을 정해 놓고 열리는 페스티벌인 모양인데, 과거 급제자가 나온 동네에서 마을 잔치하는 느낌이기도 하다.

 

여러 즐길거리가 늘어선 도심

아니나다를까, 에리얼이 근처에 오일장과 비슷하게 마켓이 열리는 날이라고, 배가 너무 고프지 않다면 먼저 마켓을 구경가지 않겠는지 묻는다. 에리얼의 흥미임을 직감했기에 그러자고 했다. 현지인의 안내를 받아 이곳저곳 돌아보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일뿐더러, 귀인께서 가고 싶으시다는데 내 배고픔이 대수인가? 갈빗대가 앙상해지기 전까지 인내하는 것이 도리다.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를 나누어 타고 이동했다. 한국의 전동킥보드가 주로 주차 금지 구역만을 설정해둔 반면, 이곳의 공유 킥보드와 자전거는 주차구역이 지정되어 있어 그 곳에서만 이용을 종료할 수 있다. 더욱 합리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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