思: 궁리

[피해주의] 당근마켓 문화상품권 대리구매 사기(3자사기)

매번 꺾이는 마음 2022. 12. 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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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 치고 주제가 썩 좋지 않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카카오뱅크 계좌가 피싱범죄 연루계좌로 곧 정지될 확률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선물을 받아서든 상을 받아서든 간혹 생기는 문화상품권들이 있다. 이를 중고거래하기 위해 당근마켓에 상품권 판매를 올려두곤 하는데, 때마침 퇴근 무렵 구매 희망자가 나타났다. 영혼을 먼저 퇴근시켜 사고력이 떨어진 시점을 노렸던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보통 계좌로 입금받고 핀번호를 전송하는 직거래를 해왔기에, 비슷한 형식으로 판매를 진행했다. 구매자는 계좌번호를 받고 내 실명을 재차 확인했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내 계좌로 현금이 입금되었고, 마찬가지로 나 또한 입금자명을 재확인했다. 문화상품권을 긁어 핀번호를 전송하니 문화상품권을 더 갖고 있느냐고 묻는다. 더 갖고 있던 것을 추가로 판매하였는데 입금자명 또한 같았다.

 

문제는 이후였다. 문화상품권이 더 없다고 하니 문화상품권 구매 대행을 제안해왔다. 요점은 53만원을 입금해줄테니 3만원을 수고비로 하고 50만원어치의 문화상품권을 사서 핀번호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견리사의(見利思義). 이익을 보거든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옛 말처럼... 살고 싶지만, 삶에 치이는 비루한 현대인은 의로운지를 따지기에 앞서 그것이 합당한지를 먼저 검토한다. 합당한 이익이어야 받든 말든 할 게 아닌가? 견리사리(見利思理)의 결과, 3만원의 수고비를 그냥 줄 이유도 없을뿐더러 주변인을 건너뛰고 당근마켓에서 만난 판매자에게 그러한 부탁을 한다는 것이 수상쩍었다.

 

세상을 경험한 시간이 많을수록 무언가에 관한 판단이 빨라지는 것은  작은 행동을 바탕으로 큰 경향성을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유형의 사기를 검색하자 '3자 사기'가 나왔다. 범죄자가 판매자에게 접근하여 구매의사를 밝힌 후, 피해자에게 판매자의 계좌로 입금토록 하고, 범죄자는 판매자의 물건을 받아 가는 형식이었다. 즉, 내가 그 제안을 수락했다면 피싱 피해자의 돈이 판매자에게 입금되고 판매자는 그 돈으로 상품권 구매를 대행함으로써 범죄 수익금을 문화상품권으로 세탁하게 되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앞서 이루어진 거래 또한 피싱 피해를 입은 다른 누군가의 돈이 아니라는 보장이 없었다. 구매대행을 제안하였으므로 피해를 입은 다른 누군가의 돈일 가능성이 거의 100%에 수렴한다고 여겨졌다. 구매대행 한 번을 제안하기 위하여 범죄자가 자신의 돈으로 문화상품권을 두 차례나 구매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당근마켓에 신고하고 즉시 대화 내용을 스크린샷으로 남겨 사이버수사대에도 제보했다. 추가로 할 조치가 없는지 카카오뱅크 고객센터와 통화했고 혹시 모를 추가 입금을 방지하기 위해 입금 정지를 신청했다.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하였으나, 내게 입금한 이가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를 진행한다면 내 계좌 역시 범죄에 연루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월세와 보험료 등이 자동이체로 출금되는데다 각종 간편결제와도 연동되어 있는 계좌라, 모든 거래가 중지된다면 불가피하게 삶에 차질을 겪을 수밖에 없겠다. 그동안 일반적이었던 거래 형태여서 간과한 부분이었으나, 분명 구매자에 대해 더 꼼꼼히 확인해야 했다. 매너온도는 평이했지만 가입일이 오늘인데다 동네 인증이 부산광역시 연제구에서 한 번 그 다음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에서 한 번이었다. 하루만에 당근마켓도 가입하는 동시에 부산에서 춘천으로 여행하며 상품권을 쓸 일이 있겠는가?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 보아야 알겠지만 차질을 줄이기 위해서는 후속 대책을 생각해둘 필요가 있겠다.

 

예상하기로는 생활에 약간의 차질을 겪고, 내게 입금된 피해자(피해자라면)의 금액을 내가 다시 돌려주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상품권은 범죄자(범죄자라면)에게 고스란히 들어갈테고 나는 애꿎은 상품권을 허공에 날린 셈이 될 것이다. 입맛이 조금 쓰겠지만 예기치 못한 수상에 부상으로 딸려온 친구들이니 허공에서 왔다고 하더라도 크게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본디 내 것이 아니었으니 마음의 평화를 찾기는 개뿔 내 것이 되었는데 되먹지 못한 인간이 내 것을 쓰는 꼴이라 잠시 분노하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사형제에는 반대하며 법적 처벌을 강화하자는 입장에 서 왔지만, 사형제가 만약 부활한다면 가장 먼저 사형대에 올려야 할 이들 중 하나가 사기꾼이 아닐까 싶다. 단순히 당장 내가 당해서(아직 당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아니다. 그들의 행위는 인간이 갖는 사회적 신뢰를 저해한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누군가의 호의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범죄에 활용하는 행위는 특히나 악질이라고 볼 수 있다. 추후에 얕은 식견을 더 내비칠 기회가 있겠지만 사회의 저신뢰로 인해 치르는 모두의 비용이 얼마나 막대한지, 그러한 비용을 누가 초래했는지 생각해보면 사기꾼은 사회가 적극적으로 제거해야 할 암적 존재이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그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약간의 불안은 어쩔 수 없다.

늦은 시간까지 친절하게 응대해주신 카카오뱅크의 상담원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표지 이미지: 개그콘서트 코너 '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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