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버거만 맛보기에는 또 아쉬운 생각에 젤라또까지 크게 한 입 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별 쓸모 없는 구글 지도는 한국을 떠나자마자 태양신이 된다. 내장버거를 판다고 구글 지도에 안내된 장소를 아무리 둘러봐도 지도에서와 같은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는 거의 노점 느낌이 나는 철제 부스에서 내장버거를 팔고 있었다. 이 부스가 이동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것인지 이동할 때마다 구글 태양신께서 자동으로 추적하는 것인지 다소 궁금해하며 내장버거와 제로콜라를 주문했다. 다만 가게 의자가 부스 근처에 다소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었다.
해가 조금 들기는 했지만 막 따갑지는 않아서 여유롭게 내장버거를 맛보던 중 어떤 초록 깃발을 든 가이드가 여행객과 함께 부스를 둘러쌌다. 여기가 서양인의 투어 코스에도 소개될 만큼 별미인 집인가...? 싶어 의아해하며 최대한 시선을 피하며 점심을 즐겼다. 내 영어 리스닝도 썩 좋은 편이 아닌데 깃발을 든 가이드가 'Good taste'라고 하자마자 대략 50여 개의 검거나 푸른 눈동자가 내 버거를 응시했다. 가이드의 말을 증명할 겸 크게 한 입 하자마자 절반 가량의 여행객이 버거를 주문했다. 먼 옛날 어떤 선배가 삼겹살을 먹는 나를 두고 '이야 사줄 맛 난다~'라고 평한 것을 떠올리며 식사를 마무리했다.
실력을 조금 더 갈고닦는다면 다음 여행에서는 젤라또 값에 보태라고 약간 깎아줄지도 모를 일이다. 젤라또의 본고장답게 온갖 종류의 젤라또가 있어 5일을 머무르는 동안 점심저녁으로 한 개씩 먹어도 모든 맛을 다 보기는 어렵다. 콘과 컵 중에 선택해야 하는데 역시 손에 쓰레기가 남지 않는 콘을 조금 더 선호하게 된다. 입가심까지 끝내고 호스텔로 돌아오니 오후 1시가 조금 넘었다. 파리행 비행기는 17시 30분 근처였지만 유럽 내에서 항공편으로 이동한 경험이 없으니 공항에 일찍 가는 편이 안전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트램 티켓을 구매하고 T2노선의 빨간 트램을 타니 대략 20여 분이 걸렸다.
항공편을 예매할 때는 분명 페레톨라 공항이라고 나왔는데, 그렇게 검색하면 지도에는 '아메리고 베스푸치 에어포트'라고 나온다. 같은 공항이었으나 조금 혼란스럽기에는 충분했다. 요약하면, 아담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공항이었다. 공항에 들어서자마자 적십자와 함께 '메디컬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들어오라고 쓰여 있는 문이 보였다. 혹시라도 발의 물집까지 처치가 가능할까 싶어 일단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었다. 기웃거리다가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비용이 드는지 물어보니 무료란다. 이탈리아의 건강보험이 꽤 괜찮을지도...?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리니 주황 조끼를 걸친 거구의 백발 노인께서 들어오셨다. 보자마자 나와 같은 배달의 민족임을 직감할 수 있었는데, 숨을 꽤 거칠게 몰아쉬고 계셔서 혹시 나처럼 이용하러 오신 직원분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응급처치를 받다가 응급처치를 할 일이 없기를 기도하며 얌전히 기다리니 이내 약과 밴드를 돌고 오셨다. 외상용 만병통치약 포비돈을 바르고 닦아낸 후 위에 밴드를 덧대고 테이핑하니 한결 나았다. 반창고를 원하면 남은 것을 챙겨가도 된다고 말씀하시기에 후한 이태리 인심에 감복하며 잽싸게 가방 안에 넣었다. 경험은 없으나 소매치기에 약간의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카페에서 3시간 가량 쉬며 마지막 에스프레소를 맛보았다. 티켓과 여권만 확인되면 출입국 절차는 크게 까다롭지 않다. 그냥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여 게이트 앞에서 열리기를 기다리다가 탑승하면 그만이다. 다만 이번에는 비행기의 꼬리 부분으로 탑승하는 것이 조금 달랐다. 약 1시간 30여 분의 비행 사이에 창 밖으로 알프스 산맥도 내려다보였다. 비행시간이 길지 않아서인지 간단한 치킨 샌드위치와 음료 한 잔이 전부였다. 잠시 허기를 달래기에는 충분했지만 파리에서의 계획을 충분히 세우지는 않았기에 약간의 염려와 함께 착륙했다.
여기가 샤를 드골의 나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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