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레카]자오둥공항 체류기 2
청도 자오둥공항에서 상해 푸동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6시 45분 비행기임을 이미 확인하고 캡슐호텔에서 샤워하자마자 나왔다. 중국 국내선이라지만 보안 검사가 빡빡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추가로, 지난한 검문의 연속을 거쳐 확인한 내 탑승게이트는 공항의 가장 끝이었다. 우산, 배터리 등 주요 확인물품을 체크하는 과정에서 풀어헤친 짐을 다시 꾸리자마자 달렸다. 탑승구가 열리고 잠시 후 들어갈 수 있었지만 자오둥에서 아침 조 달릴 깅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중화인민공화국은 병약한 사무직 노동자의 건강을 관리해준다.
공항을 특별히 많이 돌아본 것은 아니라 전 글에서 간략히 언급했던 캡슐호텔과 편의점 이야기를 조금 자세히 해볼 만 하다. 우선 캡슐호텔의 근무자는 영어가 통하지 않았다. 바로 파파고를 꺼낸다. 종교는 없지만 절대자는 믿는 내가 이역만리에서 모시는 신이다. 내가 모시는 신은 샤워장 위치나 휴게실에서 외부음식을 먹을 수 있는지의 여부 등 호텔에 관한 다양한 제반사항을 알려준다. 공용 샤워장은 배수가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시설이었다. 로비에서 수건을 받아 들어가야 했다. 캐리어도 캡슐 밖에 보관하고 명품신발도 캡슐 밖에 벗어두는데, 열 손가락 지문을 다 따가는 것을 보면 몽둥이가 대충 지팡이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손가락이나 팔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통과하나 싶었다)
(캡슐)호텔에서 쓸모 없는 영어가 편의점에서는 가능하다. 이미 언급했듯 카드를 쓸 수 없고 알리페이만 가능하다는 것이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는데, 술이 시원하게 보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여느 한국의 편의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꼬치나 빵 등 즉석식품의 종류가 많은 편이다. 아, 영어가 통한다고 해서 내가 영어로 주문한 것은 아니다. 그냥 하나씩 가리키고 그 손가락으로 한 개를 표시하는 것을 반복했을 뿐이다. 포장해서 전자렌지에 돌려주기까지 하는데 저렴하고 맛있다. 맛 좋은 먹거리가 대개 건강에 나쁨을 감안하면 이곳의 식품위생법이 약간 궁금해진다.
아, 한국어로 써진 불닭볶음면이나 좋은데이가 있다. 가격대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중국동방항공의 승무원께서 착륙 직전에 외국인이 쓰는 입국신고서를 나눠주며 자연스레 나를 지나쳤었는데, 역시 불닭볶음면이라도 지참하는 게 매번 여권을 꺼내는 것보다 나을까도 싶다. 놀라운 사실은 중국의 편의점도 봉투값을 받는다. 아, 파파고 안 쓰고 눈을 크고 동그랗게 뜨며 Free? 라고 물었을 뿐이다. 서비스로 달라고 할 정도의 영어실력도 없었고 여기서 그런 서비스를 요청하면 점원 대신 공안(Public Eyes)의 시선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공항에서 길을 찾는 중에 몇 번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제복을 입은 평범한 젊은이와 몇 차례 이야기가 통하지 않자 누가 봐도 전사의 핏줄이 흐르고 있는 거한이 다가왔다. 대칸은 더 이상 관용어가 아니다. 그래도 몇 년 전과 달리 장총을 들고 있지는 않았다. 대충 중칸과 잘 이야기를 마무리지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는데, 어쩌다보니 대칸의 에스코트(라고 쓰고 '종종걸음으로 뒤따른다' 라고 읽는다)를 받아 캡슐호텔도 찾고 출국장도 어디인지 대충 알 수 있었던 것이었다. 청도에서 상해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하는데도 내 경로가 일상적이지 않았는지 검사하는 곳에서 한참을 멈춰 있어야 했다.
인천에서 청도, 청도에서 상해를 거쳐 다시 로마로 가는 것에 대해 뭔가 등록된 내용이 달랐던지 표기가 어긋났던지.. 라고 추측할 뿐이다. 여권과 티켓과 출력한 바우처를 모두 내밀고 번갈아 내미는 과정을 수 차례 반복하고야 들어갈 수 있었다. 가격이 아무리 싸다고 해도 이런 불편을 겪어야만 한다면 다시는 이렇게 경유하여 유럽을 갈 생각이 있다. 완전 있다. 직항가보다 두 배 이상 싸다는 것은 일당이 50만원 넘는다는 것과 같다. 로마의 호스텔에 무사히 도착하여 푸동 공항의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희망한다.